해가 진 뒤에도 냉장고는 돌아가고, 주방에서는 저녁 준비가 이어집니다. 낮 동안 지붕의 태양광 패널이 전기를 생산했다면 그 에너지를 저녁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패널 자체에는 낮의 발전량을 밤까지 보관하는 기능이 없습니다. 햇빛이 사라진 뒤에도 태양광으로 얻은 에너지를 쓰려면, 생산과 소비 사이의 시간 차이를 연결하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배터리입니다. 그러나 발전소와 전력망까지 시야를 넓히면 물을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는 양수발전, 뜨거운 물이나 다른 물질에 열을 보관하는 방식도 등장합니다. 태양광 에너지 저장을 이해하는 출발점은 전기를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지에 더해, 그 에너지를 어떤 형태로 보관하고 언제 무엇에 사용할 것인지를 묻는 데 있습니다.

낮에 전기를 많이 만들었다고 밤의 공급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태양광 패널의 발전량은 햇빛의 세기와 입사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낮에도 구름과 그늘의 영향을 받고, 해가 지면 일반적인 태양광 발전은 전력 공급원으로서의 역할을 멈춥니다. 반면 가정과 사업장의 전력 사용은 햇빛이 있는 시간에만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발전하는 시간과 필요한 시간이 어긋납니다.

여기서 구분해야 할 것이 하루 동안 생산한 총전력량과 특정 시간의 공급 능력입니다. 하루 전체로 보면 충분한 양을 발전했더라도, 저녁에 사용할 에너지를 저장하지 않았고 다른 공급원도 없다면 밤의 수요를 충족할 수 없습니다. 연간 발전량과 연간 소비량이 같다는 사실만으로 매 순간 전기를 자급한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도 같습니다.

햇빛을 받는 태양광 지붕 아래에서 주방 일을 하는 사람과 옆쪽의 배터리·인버터 설비.

전력망에 연결된 집에서는 이 차이가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낮에는 태양광 발전을 이용하고, 밤에는 전력망에서 공급받으면 생활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 밤의 전기는 그 시간에 전력망에 연결된 발전원과 저장장치가 함께 공급하는 것이며, 낮에 내보낸 에너지가 어딘가에 저절로 보관되어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배터리는 전기를 어떤 형태로 보관할까

배터리 안에 전류가 계속 흐르는 상태로 낮의 전기를 가두어 두는 것은 아닙니다. 충전할 때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내부 물질의 상태를 바꾸고, 방전할 때 그 변화에서 에너지를 꺼내 전기를 공급합니다. 리튬이온 배터리에서는 충전과 방전에 따라 리튬이온이 전해질을 통해 두 전극 사이를 이동하고, 전자는 외부 회로를 따라 이동합니다.

이 때문에 태양광 패널 옆에 배터리를 설치하면 낮의 발전량 가운데 일부를 충전에 사용하고, 저녁에는 방전해 전기기기를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배터리만 놓는 것으로 설비가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충방전을 제어하고 배터리의 상태를 감시하는 장치, 필요한 형태의 전기로 바꾸는 전력변환장치가 함께 작동해야 합니다.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는 직류를 사용하지만, 전력망과 일반적인 가정의 전원은 교류를 사용합니다. 인버터는 직류를 교류로 바꾸는 장치이며, 저장설비에서는 구성에 따라 교류를 직류로 바꾸는 기능도 필요합니다. 태양광에서 배터리로 이어지는 경로를 직류로 연결하는지, 교류로 바꾼 뒤 충전하는지에 따라 변환 단계와 장치 구성이 달라집니다.

저장 용량과 출력은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한다

저장장치의 성능을 볼 때는 킬로와트시(kWh)와 킬로와트(kW)를 구분해야 합니다. kWh는 저장하거나 사용한 에너지의 양을, kW는 특정 순간에 공급하거나 소비하는 전력을 나타냅니다. 저장 용량이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는지와 연결된다면, 출력은 여러 기기를 동시에 얼마나 작동시킬 수 있는지와 연결됩니다.

가령 손실을 제외하고 실제로 꺼내 쓸 수 있는 에너지가 10kWh이며, 2kW를 일정하게 공급하는 가상의 장치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단순 계산으로는 5시간 동안 공급할 수 있지만, 이것이 10kW를 한꺼번에 내보낼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장치의 연속 출력 한도가 2kW라면 저장 에너지가 충분해도 그보다 큰 전력을 계속 요구하는 부하는 감당하지 못합니다.

구분주로 사용하는 단위확인하는 내용
저장 용량kWh, MWh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보관하고 꺼내 쓸 수 있는가
충방전 출력kW, MW한순간에 얼마나 큰 전력으로 충전하거나 공급할 수 있는가
지속 시간시간정해진 출력으로 얼마나 오래 공급할 수 있는가
왕복 효율%충전에 투입한 에너지 가운데 얼마나 다시 꺼내 쓰는가

실제 공급 시간은 소비 전력이 계속 달라지고, 비상용으로 남겨 두는 에너지와 운전 조건도 있어 단순 계산과 차이가 납니다. 제품에 표시된 전체 용량과 사용자가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용량이 같은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용량이 큰 장치와 출력이 큰 장치는 서로 다른 필요를 해결하므로, 숫자 하나만으로 우열을 정하기 어렵습니다.


양수발전은 물의 높이에 에너지를 저장한다

전력망 규모에서는 물을 이용해 에너지를 저장할 수도 있습니다. 양수발전은 전기를 사용해 아래쪽 저수지의 물을 높은 저수지로 끌어올린 다음, 필요할 때 물을 내려보내 수차와 발전기를 돌립니다. 충전할 때는 전기에너지를 물의 중력 위치에너지로 바꾸고, 방전할 때는 그 에너지를 다시 전기로 바꾸는 셈입니다.

닫힌 배터리 외함과 전력변환장치가 설치된 설비 공간을 기술자가 살펴보는 모습.

따라서 양수발전은 에너지를 새로 만들어 내는 공급원이 아니라, 먼저 투입한 에너지를 다른 시간에 사용할 수 있도록 바꾸는 저장설비입니다. 태양광 발전이 많은 시간에 양수하고 저녁에 발전하도록 운전할 수 있지만, 양수에 사용한 전기가 언제나 태양광에서만 왔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 운전은 전력망 전체의 수급과 설비 조건에 따라 결정됩니다.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는 물의 양과 높이 차이 등에 영향을 받습니다. 큰 규모의 저장을 구성할 수 있는 대신 저수지와 수로를 마련할 지형, 물 이용과 환경 조건, 토목공사와 건설 기간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배터리를 놓을 공간을 확보하는 문제와 산지에 저수지를 조성하는 문제는 필요한 기반시설부터 다릅니다.

밤에 필요한 것이 열이라면, 열로 보관할 수도 있다

저녁에 필요한 에너지가 반드시 전기의 형태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온수나 난방이 목적이라면 낮의 전기로 물을 데우거나 히트펌프를 가동한 뒤, 단열된 저장조에 열을 보관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밤에는 그 열을 사용하므로 해당 시간에 온수를 만들거나 난방하기 위해 필요한 전력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 방식으로 저장한 열이 곧바로 조명이나 컴퓨터를 작동시키는 전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최종 목적이 난방이나 급탕이라면, 열을 전기로 되돌리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장조의 크기와 온도, 단열 성능, 열을 사용하는 시점이 실제 이용 가능량에 영향을 줍니다.

태양열을 고온으로 모아 저장했다가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방식도 있습니다. 거울로 햇빛을 모으는 집광형 태양열발전에서는 용융염 등의 물질에 열을 보관하고, 이후 그 열로 증기를 만들어 발전기를 돌릴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지붕의 태양광 패널이 빛을 전기로 바꾸는 방식과 다른 설비이며, 모든 태양광 발전소에 뜨거운 소금 저장조가 붙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장 방식보관하는 에너지의 형태이후의 이용주요 검토 조건
배터리전기화학적 에너지방전해 전기 공급출력·사용 가능 용량·수명·온도 관리
양수발전높은 곳에 올린 물의 위치에너지물을 내려보내 발전높이 차이·물의 양·지형·환경·토목공사
건물의 열저장물이나 다른 물질에 보관한 열온수·난방 등으로 직접 이용필요 온도·단열·저장 공간·열 수요
집광형 태양열발전의 열저장고온 물질에 보관한 열열로 증기를 만들어 발전집광 설비·고온 운전·열교환과 발전설비

저장하면 에너지가 줄어드는데도 사용하는 이유

저장은 에너지를 다른 시간에 사용할 수 있게 하지만, 그 과정에는 손실이 따릅니다. 배터리의 충방전과 전력변환, 양수발전의 펌프와 수차, 열저장의 방열처럼 손실이 발생하는 경로도 서로 다릅니다. 충전할 때 투입한 에너지와 방전해 얻은 에너지를 같은 측정 범위에서 비교한 비율을 왕복 효율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저장설비의 입력단에 10kWh를 넣고 출력단에서 9kWh를 얻었다면, 이 가상 사례의 왕복 효율은 90%입니다. 특정 제품이나 기술 전체의 대표값을 뜻하는 수치는 아닙니다. 배터리 셀만 측정한 값인지, 인버터와 냉각·제어 장치의 소비까지 포함한 시스템 값인지에 따라서도 비교 결과가 달라집니다.

산 위와 계곡 아래에 저수지가 나뉘어 있는 가상의 양수발전 시설 전경.

손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저장이 불필요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낮에 바로 사용할 수 없고 다른 지역으로 보내기도 어려운 발전량을 저녁으로 옮길 수 있다면, 변환 과정의 손실을 감수할 이유가 생깁니다. 다만 저장설비의 가치는 효율뿐 아니라 설치비와 유지비, 이용 횟수와 수명, 실제로 필요한 시간에 공급할 수 있는지를 함께 따져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전력망은 저장장치를 대신하지 않지만, 필요한 저장량을 바꾼다

태양광이 설치된 집마다 밤 전체를 책임질 배터리를 따로 갖춰야만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력망에서는 여러 지역의 발전원과 저장설비, 다양한 소비자가 연결되어 함께 수급을 맞춥니다. 특정 집의 태양광 발전이 멈춰도 그 시간에 다른 공급원이 전력을 제공할 수 있다면 전기 사용은 이어집니다.

여기서 전력망은 에너지를 장시간 보관하는 거대한 배터리라기보다, 여러 공급원과 소비를 연결하고 조정하는 체계입니다. 낮에 남은 전기를 전력망에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그 양만큼 밤의 물리적 저장이 확보되는 것은 아닙니다. 발전량과 소비량을 요금이나 거래에서 어떻게 계산하는지는 별개의 제도적 문제입니다.

이 구분에서 보면 필요한 저장설비의 규모도 발전량 하나만으로 정할 수 없습니다. 저녁 몇 시간의 수요를 옮기는 것인지, 흐린 날이 이어질 때의 부족분까지 감당하려는 것인지에 따라 필요한 용량이 달라집니다. 다른 발전원의 공급과 전력 이동, 조정 가능한 소비를 함께 고려해야 저장장치에 맡길 역할이 분명해집니다.

태양광과 배터리가 있어도 정전 대비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평상시에 전력망과 연결해 사용하는 설비가 정전 때도 그대로 작동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계통 연계형 태양광 설비는 전력망에 이상이 생기면 안전을 위해 분리되거나 운전을 멈추도록 구성됩니다. 지붕에 햇빛이 비치고 있다는 사실과 집 안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사실은 같지 않습니다.

단열된 온수 저장조와 배관이 설치된 기계실에서 설비를 살펴보는 관리자의 모습.

정전 중에도 공급하려면 외부 전력망과 안전하게 분리된 상태에서 집 안의 전압과 주파수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지원하는 인버터와 전환·보호 장치, 적절한 저장설비와 제어가 필요합니다. 배터리가 설치되어 있어도 비상전원 기능을 갖춘 구성인지, 어떤 회로에 얼마의 전력을 공급하는지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기기가 달라집니다.

태양광으로 만든 에너지를 밤에 사용하는 일은 결국 패널 뒤의 시스템을 설계하는 문제입니다. 전기가 필요하면 전기를 다시 꺼낼 수 있는 저장 방식이, 온수가 필요하면 열을 직접 이용하는 방식이 검토 대상이 됩니다. 생산한 양과 필요한 시간, 순간 출력과 공급 지속 시간을 함께 살펴야 낮의 햇빛이 저녁의 생활을 얼마나 뒷받침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출처 미국 에너지부(DOE)의 태양에너지와 저장·전력망 통합·인버터·양수발전·건물 열저장·태양열발전의 열저장·태양광과 정전 대응,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전력과 전력량 해설 참고. 본문의 계산은 원리 설명을 위한 가상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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